심리학과 학습

 

학습은 사람들의 삶 모든 면에 관여합니다. 걷고 말하는 기초적 능력에서부터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리는 사회적 능력, 의사들이 진료하고 판사들이 판결하고 파일럿이 비행기를 조종하는 전문적인 능력에 이르기까지 학습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특정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음악을 듣고, 분리수거를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웃을 돕는 취향과 가치도 학습을 통해 형성됩니다.

 

학습이론은 20세기 초반에 시작되어 심리학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개의 소화 과정을 연구하다가, 개가 음식뿐만 아니라 음식이 주어질 것을 예상하게 하는 여러 가지 다른 자극에도 침을 분비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상상하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침의 분비는 음식에 대한 내분비계의 반응이며, 이 반응은 학습된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입니다. 그러나 음식점 근처를 지나가다가 냄새를 맡고 침이 분비되는 것이나 부엌에서 그릇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침이 분비되는 것은 다른 자극들이 음식물과 연합되어 있다는 것을 학습한 결과입니다.

 

파블로프의 개는 음식이 주어지기 전에 종소리가 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한 후에 소리 자극이 음식을 예측하게 한다는 것을 학습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음식이 주어지지 않고 소리 자극만 제시되어도 침을 분비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학습의 한 행태에 대한 방법을 보여주었고, 이러한 학습의 형태는 고전적 조건형성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고전적 조건형성에서 핵심이 되는 요인은 환경적 자극과 생리적 기반을 둔 행동입니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소리'라는 자극과 '침 분비'라는 행동의 관계를 통해 심리적 활동을 보여준 것입니다.

 

파블로프의 실험은 행동주의 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 이전에 초기의 심리학에 영향을 준 연구는 구조주의는 내성 통찰을 통해 정신활동에 접근하고자 하였고, 정신분석은 꿈의 해석이나 무의식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정신활동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왓슨은 이러한 방법들은 사람의 정신적 세계를 이해하는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며, 심리학에서 연구해야 할 과제는 관찰 가능한 외부적 행동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왓슨의 주장은 17세기 철학자 존 로크의 영향을 받았는데, 로크는 갓 태어난 아기는 백지상태이며, 감각 경험을 통해 배우는 대로 자라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행동주의자들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적절한 환경을 통해 학습을 하면 그 환경의 방향에 따라 무엇으로도 자라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행동주의 운동을 통해 왓슨은 환경 및 그 연합 효과가 학습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행동주의는 1960년대까지 심리학계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했으며, 심리학의 모든 분야에서 방법론과 이론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날도 우리는 행동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열심히 학습하기만 하면 누구나 의사, 음악가, 운동선수, 파일럿 등 어떤 작업도 해낼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이렇게 자극-반응 연합의 기계적인 학습만으로만 이루어지는 단순한 존재가 아닙니다. 행동주의는 심리학의 중요한 바탕이며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문제의 소지가 많습니다.

 

1) 학습 기술

심리학에서의 학습 연구는 환경에 적응하는 행동의 변화를 설명하며 학습에 관여하는 인지적 틀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학습 연구를 주도한 동물학습 연구는 조건형성 및 연합학습을 기초로 하여 기본적인 학습의 조건과 형태를 규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동물학습 연구는 연합학습을 넘어서는 고등학습을 설명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지 과정 및 학습 과정에 개입하는 학습자의 인지적 틀을 기초로 하여 인간학습의 문제를 연구하는 인지학습과학이 심리학의 학습 연구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 학습 형태

심리학자들은 학습이란 새로운 행동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학습의 기본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비연합학습, 연합학습, 인지학습이 그것입니다. 비연합학습이란 환경적 자극에 대한 행동이 형성되는 가장 기본적인 학습 형태이며, 연합학습이란 두 가지 자극이나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인지학습이란 다른의 모습이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일어나는 학습 형태로 인지학습의 한 형태인 관찰학습을 통해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3) 민감화와 습관화

민감화와 습관화의 바탕이 되는 생물학적 근거는 에릭 칸델과 동료들의 연구에 의해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바다달팽이라고 불리는 군소를 이용해서 비연합학습의 신경적 근거를 보여주었는데, 시냅스 전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줄이면 습관화로 나타나고, 시냅스 전 신경세포가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늘리면 민감화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학습의 신경과학적 근거를 보여주는 기초가 되어 더 복잡한 학습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 연구로 칸델은 노벨상을 수상하였습니다.

 

4) 학습과 기억

주변의 사회적 물리적 환경이나 언어 패턴이 익숙해지면 점차로 외적 자극 없이도 내적 표상을 형성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암묵학습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외현학습은 환경의 자극과 반응의 관계를 의식적으로 자각하여 일어나는 학습을 일컫습니다. 어떤 형태의 학습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형태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암묵적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