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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입장이 있지만, 최근에는 심리적 측면과 행동 과정이 건강 및 질병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모형이고, 사회문화적 요인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러한 생물심리사회적 모형은 건강과 질병에 있어 심리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건강심리학이라는 심리학의 하위 영역 발달에 기여하였습니다.
1) 건강심리학과 행동의학
건강심리학이란 건강의 유지, 질병 유발, 질병에 대한 환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요인을 연구하는 심리학 분야입니다. 심리학에서 건강심리학에 대한 관심과 학술적 활동은 197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질병의 심리적 측면에 대한 관심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주술을 통한 질병의 치유처럼 고대부터 이어져 온 시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적 접근은 프로이트가 보고한 전환 증상과, 그 영향을 받아 개인의 심리적 갈등이 특정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 알렉산더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후 정신신체의학이 발달하였지만, 그 이론적 기반인 프로이트 이론의 영향이 줄면서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신체의학이라는 학분 분야와 학술 활동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전반 시작된 심리학의 행동주의 열풍의 영향을 받아 건강과 질병에서 행동의 역할에 대한 탐구가 시작된 것이 1970년대 초이고, 이를 행동의학이라고 부릅니다. 그 대표적 시도가 조작적 조건형성 원리를 적용해 혈압, 심장박동의 통제를 시도한 바이오피드백입니다. 이후 행동의학은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같은 행동과학은 물론, 분자생물학, 유전학, 생화학 같은 자연과학, 의학을 아우른 통합적 의학으로서 발달해 왔습니다.
건강심리학과 행동의학은 각각 심리학, 의학 주도로 활동하고 있지만, 생물심리사회적 모형을 기본으로 하고 여러 학문 분야와 인간 행동과 질병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측면을 통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2) 건강심리학의 발달 배경과 주요 적용 영역
건강심리학과 행동의학이 발달하게 된 배경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통적인 생물의학적 모형의 유용성이 저하되었다는 다는 것입니다. 생물의학적 모형은 질병의 원인으로 병원균을 가정하며 심리적 · 행동적 변인은 중요시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모형은 역사적으로 인류를 괴롭히고 위험에 빠뜨렸던 감염성 질병을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다양한 만성 질병을 적절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두 번째 배경은, 감염에 의한 전염병에서 행동습관과 관련된 만성병으로 사망 원인이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폐렴, 장티푸스, 결핵, 흑사병 등 감염에 의한 사망이 많았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현대 의학의 발달로 정복되거나 줄어든 반면, 심장병, 암, 당노병 같은 생활습관과 밀접히 연관된 질병은 증가하였습니다. 심장질환과 암, 당노병 등은 흡연, 음주, 식사습관 등 행동과 관련된 생활습관이 그 원인의 최대 70%를 차지할 만큼 심리적 측면의 영향이 큰 질병입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생물의학적 모형만으로는 예방과 치료가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막대한 건강관리 비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비가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보다 경제적인 예방 위주의 의료 체계가 필요합니다. 현대인 사망 원인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습관형 질병의 예방을 위해서는 행동 변화가 필요하고, 행동 변화를 다루는 심리학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외에도 이전보다 사람들의 건강상식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강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점도 건강심리학의 발달을 촉진시켰습니다.
건강심리학의 주요 관심 영역은 건강 증진 및 유지 행동, 스트레스와 통증 관리, 질병 행동과 환자의 심리, 생활습관 및 행동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과 관련된 행동 요인에 대한 것 등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이오 피드백은 물론 다양한 자기 관리 기술, 스트레스 및 통증관리 기술, 행동적 상담, 치료적 심상 등의 기법들을 적용해 건강 관련 행동 변화를 시도하고, 때로는 질병 자체의 치료도 시도합니다. 이 기법들에는 스트레스 대체에 많이 활용되는 이완과 명상, 요가, 생각을 바꾸기 위한 인지적 개입 등이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항암제로 인한 구토를 완화시키기 위해 점진적 이완 기법을 적용하거나, 암 환자나 가족을 위해 정서 중심의 상담이나 인지교육적 개입을 하는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3) 질병행동과 심리학
건강심리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환자의 질병 행동입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하고, 잘못된 건강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병원과의 약속이나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병원 예약을 지키지 않으며, 처방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거나 식이요법이나 운동처방 등에 따르지 않습니다.
이는 심각한 문제인 것이 대부분의 질병에는 다양한 치료약이 있고, 의사는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아 처방하고 환자에게 맞는 용량을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통상 우리가 병원에 가면 의사는 증상과 진료 및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약물을 처방하며, 일정 기간 복용한 후 경과를 지켜보며 약을 바꾸거나 용량을 변경하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환자가 전에 처방된 약을 의사의 지시대로 복용했다는 것을 전제로 결정을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환자가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면 의사는 두 번째 진료 시 환자 상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됩니다. 즉 환자가 처방을 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그 이후의 치료과정을 정확하게 결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건강심리학자들은 어떤 요인이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게 만드는지, 환자가 의사 처방을 잘 따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합니다. 예를 들면 질병의 심각성과 치료 기간, 약의 부작용, 투약의 복잡성 등이 영향을 주는지, 환자의 성격이나 의사의 태도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연구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의사의 태도와 관련해서는, 환자들은 권위주의적인 의사보다는 친절하고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며, 또한 솔직하고 공손하며 공감과 신뢰를 표현하는 의사의 지시를 잘 따릅니다. 의료기관의 도움을 구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심리적 · 정서적 문제를 동싱에 보인다는 점에서 이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다양한 IT 기기를 이용해 환자에게 투약 시간을 알려주거나 투약 여부를 병원이나 주치의에게 알려주는 시스템까지 개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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